임실 사곡리 남근석에서 만난 자연신앙의 고요한 울림
늦가을의 바람이 산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던 날, 임실 덕치면의 사곡리 남근석을 찾았습니다. 마을 끝자락, 낮은 구릉을 따라 이어진 길 위로 낙엽이 부드럽게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길가의 돌담 사이로 작은 표지판이 보였고, 그 옆으로 커다란 바위 하나가 고요히 서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자연석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묘하게 다듬어진 윤곽과 균형이 느껴집니다. 세월에 닳은 표면은 부드럽게 마모되어 있었고, 그 결마다 바람과 비가 만든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 돌은 풍요와 생명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지켜져 왔다고 합니다. 장식도, 울타리도 없이 자연과 하나 된 그 모습이 오히려 신성하게 느껴졌습니다.
1. 덕치면 산길을 따라 이어진 접근로
사곡리 남근석은 임실읍에서 차로 약 25분 거리의 덕치면 사곡마을 안쪽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사곡리 남근석’을 입력하면 좁은 농로를 따라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이 안내됩니다. 도로는 대부분 포장되어 있으나 마지막 구간은 흙길로 바뀝니다. 길가에는 논과 밭이 이어지고, 들판 끝자락에서 남근석이 자리한 언덕이 보입니다. 입구에는 ‘사곡리 남근석 보호구역’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인근에 두세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걸어서 2~3분 오르면 돌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길은 완만하지만 낙엽이 쌓여 있어 미끄럽지 않게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주변은 조용했고, 새소리와 바람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2. 언덕 위의 돌, 첫인상의 묵직함
남근석은 생각보다 크고 웅장했습니다. 높이는 약 2.5m 정도로, 어른 두세 명이 팔을 벌려야 감쌀 수 있는 크기였습니다. 자연석이지만 위로 갈수록 형태가 세련되게 다듬어진 듯한 곡선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옆에서 비치자 돌 표면의 결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회색빛 속에 은근한 윤이 돌았습니다. 기단부에는 작은 돌들이 원형으로 둘러져 있었고, 그 안쪽에는 마을 사람들이 두고 간 듯한 작은 돌멩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특별한 안내문이나 울타리가 없었지만, 그 고요함이 오히려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며 언덕 아래까지 닿을 때,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습니다.
3.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의미
사곡리 남근석은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오래전에는 마을 사람들이 정월대보름이나 추수철마다 이곳에 모여 제를 올렸다고 합니다. 제례 때는 곡식과 술을 바치며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으며, 특히 자손이 없는 부부가 돌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남근석의 형태는 인위적으로 조각된 흔적 없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돌의 비례와 각도, 방향이 절묘하게 맞아 신성시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생명 신앙의 상징물로서 지역의 정서를 품고 있습니다. 세월을 견딘 돌이 가진 침묵의 무게가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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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간의 정돈과 자연의 조화
남근석 주변은 특별한 시설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흙길과 풀밭 사이에 돌이 놓여 있어, 인위적인 구조물 없이 풍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습니다. 잡초가 많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주변을 정리하는 듯했습니다. 돌 아래에는 낙엽이 얇게 덮여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천천히 흩날렸습니다. 햇빛은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며 돌의 색을 시시각각 바꾸어 놓았습니다. 돌 옆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나무의 그림자와 돌의 윤곽이 겹치는 순간 묘한 균형이 느껴졌습니다. 공간 전체에 사람의 소리가 사라진 듯한 고요함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시간조차 멈춘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5. 주변 명소와 함께 즐기는 탐방 코스
남근석을 둘러본 후에는 차로 15분 거리의 ‘덕치면 오수서원’을 방문했습니다. 조선시대 유학의 전통을 간직한 서원으로, 남근석의 자연신앙과 대비되는 정신적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후 ‘오수의견 기념공원’을 들러 전설의 이야기를 감상했습니다. 점심은 인근 ‘덕치식당’에서 올갱이국을 먹었는데, 따뜻한 국물과 들깨 향이 어우러져 여정의 피로가 풀렸습니다. 오후에는 임실치즈테마파크로 이동해 산책을 즐겼습니다. 고요한 산길과 들판이 이어지는 코스라 하루 일정으로 알맞았습니다. 남근석에서 시작해 신앙, 전통, 그리고 현대적 문화로 이어지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습니다. 지역의 매력을 차분하게 느낄 수 있는 루트였습니다.
6. 방문 시 팁과 주의사항
사곡리 남근석은 사유지 인근에 있어, 방문 시 주민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보다는 오후 3시쯤 방문하면 햇살이 돌의 결을 가장 아름답게 비춥니다. 비가 온 직후에는 바닥이 진흙으로 변하므로 방수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입장료나 별도 관리소는 없으며, 안내문에 따라 돌을 만지거나 위에 오르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봄과 가을이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며, 여름에는 벌레가 많아 긴 옷을 추천합니다. 인근에 상점이 적으므로 물이나 간단한 간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을 들여 조용히 머물면, 바람과 돌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울림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사곡리 남근석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온 자연의 신비와 사람들의 믿음이 한데 머무는 공간이었습니다. 거칠고 단단한 돌의 표면에는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그 앞에 서면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마음이 조용히 맞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장소, 말없이 존재하면서도 강한 기운을 전하는 돌이었습니다.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마음이 정돈되고, 바람의 소리가 다른 곳보다 더 맑게 들렸습니다. 다음에는 봄꽃이 피는 시기에 다시 찾아, 부드러운 빛 속에서 돌의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사곡리 남근석은 자연과 신앙이 함께 남긴, 임실의 조용한 시간의 증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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